절대바통 놀이 - "사진"

sTory Two 2008. 3. 3. 23:47

최근 생각하는 사진



단 한 장이라도 좋으니

내가 담아보고픈 이를 담아보는 것.


내가 진정으로 사진에 담고픈 것을 담아보지 못하는데

그 외에 다른 일들이 무슨 소용일까.



소망이 현실이 되면 시시해져 버리는게

사람 마음이라지만,


그걸 알면서도 잠들기 전 몇 번 씩

그 소망을 되뇌이다 잠이 든다.










사진의 감동



최근 내가 담은 사진을 리터칭하다가 울 뻔했던 적이 있다.

그 사진의 모델은


나를 낳으시고 길러주신 분.






사진에 담긴 현실의 어머니는

내 기억 속 어머니보다

더 나이가 드신 모습이었다.


사고 때 생긴 깊은 흉터와

근래 부쩍 많이 늘어난 주름살을

사진을 통해 여과없이 보고 있자니

눈물이 터져오르려고 했다.



그래도 어머니 마음에 드시라고

이리저리 수정을 하면서도

나를 키우시고 뒷바라지하시느라

이렇게 나이가 드셨구나..

하는 생각에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졌고...



요새 어머니를 보는

내 자신 속의 마음이 예전과 달라진 것을 느낀다.


사진으로 보기 전부터 느꼈어야했던 것을,

사진을 통해서야 느끼고있다..











직감적 사진



내가 생각하는 사진은

'구도'와 '노출'


사진에 지나친 리터칭이 가해져서는 안된다.

사진은 담백해야한다.


언제나 사진을 찍기 전 생각하는 것,

내 사진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어야한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이거다!' 싶은 순간은 내 입꼬리가 먼저 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돌돌돌

말려올라갈 때, 분명 좋은 사진이 나온다.






좋아하는 사진



사람이 담긴 사진이 가장 매력적이다.


사진을 담고,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확인하는 모델의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내가 찍은 사진으로 그 모델의 신뢰를 얻고,

사진에 관한한 이 사람이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얻는 것.


이런 일련의 과정이 미치도록 좋다.




시간이 흘러 과거가 그리워질 때

지난 사진을 뒤적이며 잊혀져가던 얼굴을

다시 떠올리고 잊은 줄 알았던 추억이 되살아날 때의 즐거움,

그 즐거움은 사진이란 취미에 이어지는 두둑한 보너스다.



좋아하는 작가는 곤충 사진이 전문인

자연사진가,  Kazuo Unno.

여기서 그의 사진을 찾아보라.



나중에 내가 담아보고픈 사진은

에로티시즘으로 가득한 사진.


그 사진이 노골적인 쪽으로 흐르던,

전면에 memento mori라는 주제가 선명하게 새겨진

Vanitas 쪽으로 흐르던 간에,

타인과 다른 나만의 에로티시즘 세계를 확인하고 싶다.






세계에 사진이 없었다면



사진처럼 근대 대중문화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문명도 없을 것이다.


이창동 감독이 영화를 창부의 자식에 비유했는데,

그 영화를 낳게 된 것도 다 사진의 발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니.


상상하긴 힘들지만 사진이 없었다면

고전적인 회화나 디지털 아트 쪽이 판을 치고 있었을 듯하다.


그건 그렇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어떻게 되었을까

앙리 선생님과 로버트 선생님은..


것보단 해가 뜨나 눈이 오나 비디오 게임만 붙들고 살았던

내가 가장 문제였겠구나.


사진을 취미로 한 이후,

하늘 색의 미묘한 차이를 느끼며 살게 됐고

계졀이 바뀌며 태양의 고도가 바뀌어가는 것을 느낀다.


겨울이 가까워오면 태양이 지나는 고도가 낮아져

렌즈에 플레어가 생기기 쉬워진다.

후드가 있어도 손으로 태양빛을 가리게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사진을 취미로 하기에

부족한 내 기억력을 사진에 의존할 수 있게 되었다.

나와 함께 시절을 보낸, 그토록 고마운 이들의 얼굴을 잊어서

가슴 아픈 일은 없다. 그 사람의 사진이 있는 한.



무엇보다도 타인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서 좋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내 사진으로 인해 타인이 웃는 것을 보면

너무 기분이 좋다.

위에서도 언급했었지만

그 즐거움, 말로 하기 힘들다.


사진 찍히기 그렇게 싫어하던 이들이

나를 믿고, 나에게만 자신의 사진을 허락할 땐

굉장한 기쁨과 함께 밀려오는 뿌듯함과 적당한 자만심까지..




더 쓰면 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서 끝마치도록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바통을 넘겨주신 그로커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사진 찍는 것도 좋고, 사진 보는 것도 좋고,

사진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이렇게 사진에 관한 글을 쓰는 것도 좋다.


이런 기쁨을 전해주신 그로커님과 가족분들이

언제나 건강하시길.





설정

트랙백

댓글